독정리 마을에 입주하게 된 40여 세대는 봄철 못자리를 만들며 공동 못자리를 만들었다. 공동체적 삶의 실천으로 내가 집집마다 방문하여 설득한 덕분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잘 진행되는 듯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갈등이 일기 시작하였다. 못자리에 물을 넉넉히 대는 것이 중요한데 못자리가 자주 마르고 제때 물이 공급되지 아니하고 물이 넘치다가 마르다가 들쭉날쭉하였다.


그렇게 되니 서로 책임을 미루고 이웃 간에 원망이 일어났다.

"내가 담당일 때는 잘 되었는데 다음 담당이 게으름을 피운 것이야."

하며 삿대질을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다음 순번이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를 높였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앞 순번 때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내가 맡은 뒤로 제대로 한 것이야."

하고 다툼이 일어났다. 그리고 못자리에 잡초를 제때 뽑아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니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그렇게 다툼이 계속되니 성질 급한 주민들이 삽자루를 공중에 흔들며 소리 질렀다.

"애초부터 잘못 시작한 거다. 각자 제 못자리를 제가 기르도록 하자."

그렇게 나오니 일부 주민들이 "옳소. 쓸데없는 욕심 부리지 말고 각자 자기 못자리를 돌보도록 합시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어 공동 못자리를 각자 몫으로 구분하여 제각기 돌보기로 하였다. 그랬더니 3일 지나니 못자리에 잡초가 사라지고 물이 마르거나 넘치는 일이 없어졌다. 나는 그런 경험을 하며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 이상은 좋은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임을 실감케 되었다.


그러나 자기 논밭만 제각기 돌보게 되니 그에서 오는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농기구를 제각기 구입하니 예산이 낭비요, 서로 협동을 하지 않으니 노동력이 낭비요, 농작물을 판매할 때도 제각기 팔러 다니니 제 값도 받기 어려운데다 낭비가 심하였다.

그래서 때가 되면 농촌에서 꼭 공동체 마을을 이루어 봐야겠다는 의욕이 절실하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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