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쉽게 설교하기로 마음을 먹고 다음날 빈민촌에까지 싣고 들어갔던 철학책들을 모두 모아 엿장수에게 넘겼다. 손수레를 끌고 가위를 쨍그렁거리며 골목골목 다니면서 엿을 팔고 있는 엿장수를 불러, 철학책을 모두 넘겨주고 엿을 3판 받았다. 마을 아이들을 다 불러 그 엿을 오전 내내 함께 먹었다.

그 후로 나는 방안에서 책보는 시간을 줄이고 교인들이 행상하는 거리로 나갔다. 손수레에 사과를 팔고 있는 주민을 찾아가 곁에서 거스름돈을 바꾸어 주기도 하고 “사과 열 개 천원!” 하며 호객도 하였다. 다음날은 단무지 장사하는 교인을 온종일 따라다니며 오르막을 오를 때 밀어주고 중국식당에 배달도 하며 돕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은 넝마주이 하는 청년과 동행하며 하루종일 보내기도 하였다. 그렇게 지내면서 설교할 때는 시장바닥의 용어로 설교하였다.

"베드로 그 배씨 골치 아픈 사람이여, 말귀도 못 알아 듣고 예수님께 엉뚱한 소리만 한 거여.“

이런 식으로 설교하니 교인들이 졸지도 아니하고 헌금도 더 많아졌다. 빈민촌의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동류의식을 가지고 지내면서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여 설교를 하니, 그들과 더 친밀해지고 예배시간에 활력도 생겼다.

내가 설교하는 두 번째 기준은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설교하는 나도 즐겁고 설교 듣는 교인들도 즐겁도록 설교하자는 것이다. 헬라어에 은혜란 단어가 KARA이다. 그런데 기쁘다는 단어도 KARA이다. 기쁜 것이 은혜 받은 것이고, 은혜 받으면 기쁘다. 설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예배 자체가 기쁨이 있어야 한다. 설교에 기쁨이 있듯이 기도시간에도 기쁘고, 광고 시간에도 기쁘고 찬양시간에도 기쁨이 있어야 한다.

설교가 쉽고 기쁨이 있을 때 예배가 지루한 예배가 아니고 축제가 되는 예배가 된다. 내가 설교 준비하는 세 번째 기준은 ‘깊이 있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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