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수능시험의 수학 과목 폐지해야”

경기교육자치포럼 상임회장이자 현 서울교육대학교 명예교수인 배종수 교수가 페이스북 페이지 ‘삐에로 배종수 교수의 생명을 살리는 교육, 사랑+세상’을 통해 수능시험의 수학 과목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수학교과 편찬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수학 교육의 권위자인 배종수 삐에로 교수가 수능 시험에서 수학 과목을 폐지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문제 풀이 중심의 국내 수학 교육 핵심 원인이 수능 시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종수 교수는 이러한 수능의 굴레에서 수학 과목이 벗어나는 길만이 수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라고 말한다.

다음은 전문이다.

배종수 삐에로 교수 수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안 제시, “대한민국 수학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능시험에서 수학 과목을 즉각 폐지하라”

얼마 전 조카 손자 녀석이 집에서 덧셈과 뺄셈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본인은 대한민국, 아니 세계적으로 수학교육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관계로 손자 녀석이 공부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손자 녀석이 당연히 학교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겠거니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설 학습지의 문제 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덧셈, 뺄셈의 개념을 배우는 것이 아닌 문제 풀이 연습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불현듯 2000년도 제7차 교육과정 수학교과서 편찬위원장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인성을 중심으로 논리적인 사고력과 창의적인 사고력을 기르며, 올바른 수학 개념을 교과서에 도입하여 대한민국의 수학을 ‘생명을 살리는 수학’으로 바꾸고자 결심하였다.

즉 ‘수학교육 내용’을 ‘왜 공부하여야 하는가?’를 알고 수학교육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초등학교 수학교과서에 올바를 수학 개념을 담기 위해 당시 교과서 심의위원들과 피를 토하는 설전을 벌였던 기억은 지금도 트라우마가 되어 생생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시절 힘겹게 본인이 체득하고 이론화한 ‘수학교육 교수·학습 지도 모형’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활동’한 것에 대응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식을 쓰면서’ 모델화한 뒤에 ‘수학적으로 기호와 용어의 약속’을 합의하면서 수학적인 개념을 형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어서 형성한 수학적 개념을 확인하고 다지기 위하여 수학적 개념 형성 과정과 반대 방향으로 ‘수학적으로 약속한 기호의 예’를 하나 쓰게 하고, 쓴 기호에 대응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식을 쓰고’, 쓴 기호에 대응하여 ‘행동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면서’ 형성한 수학적 개념을 확인하고 다지는 과정을 거쳤다.

질문도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와 같은 열린 질문을 활용하였고, 학생들의 다양성을 기르기 위하여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시오’와 같이 평가 문항을 만들기도 하였다.

‘수학교육 교수·학습 지도 모형’은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학교육에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1학년에서 공부하는 뺄셈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1)뺄셈 개념 형성 과정

먼저 ‘사탕이 5개 있는데 3개를 먹으면 2개가 남는 활동’을 한다. 이 활동에 대응하여 그림을 그리면 ‘사탕 5개를 그리고 3개를 지우면 2개가 남는 그림’을 그릴 것이고, 이 그림에 대응하여 기호를 약속하면 ‘5-3=2’이다. 여기에서 2는 나머지라는 의미로서 ‘나머지뺄셈’이다.

다음 ‘흰 바둑돌 5개와 검은 바둑돌 3개를 비교하면 차이는 2개라는 활동’을 한다. 이 활동에 대응하여 그림을 그리면 ‘횐 바둑알 5개와 검은 바둑알 3개를 서로 짝을 지어 비교하면 차이가 2개라는 그림’을 그릴 것이고, 이 그림에 대응하여 기호를 약속하면 ‘5-3=2’이다. 여기에서 2는 차이라는 의미로서 ‘차이뺄셈’이다.

그러므로 뺄셈식 5-3=2에서 2는 나머지가 2개라는 의미와 차이가 2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뺄셈식 5-3=2는 ‘나머지뺄셈식’도 되고 ‘차이뺄셈식’도 된다.

(2)뺄셈 개념 형성의 확인하고 다지기 과정

먼저 ‘나머지뺄셈’에 대응하는 뺄셈식을 한 개 쓰게 하면 ‘7-3=4’이고, 쓴 식에 대응하여 그림을 그리게 하면 ‘동그라미 7개를 그리고 3개를 지우면 4개가 남는 그림’이 될 것이며, 쓴 식에 대응하여 문장을 만들면 ‘어린이 7명이 놀다가 3명이 먼저 집으로 가고 4명이 남았다’이다.

다음 ‘차이뺄셈’에 대응하는 뺄셈식을 한 개 쓰게 하면 ‘5-2=3’이고, 쓴 식에 대응하여 그림을 그리게 하면 ‘사과 5개와 귤 2개를 서로 짝을 지어 비교하면 차이가 3개가 되는 그림’을 그릴 것이고, 쓴 식에 대응하여 문장을 만들면 ‘사과 5개와 귤 2개를 짝을 지어 차이를 비교하면 3개이다’일 것이다.

(3)뺄셈을 쉽고 간단한고 편리하고 빨리 계산하는 방법

뺄셈에는 나머지와 차이라는 두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산할 때 쉽고 간단하고 편리하고 빠른 방법이 될 수 있는 개념을 적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받아내림이 없는 57-23은 받아내림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 뺄셈 개념을 적용하여 구하면 쉽게 57-23=34를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받아내림이 있는 뺄셈 57-29에서는 나머지뺄셈 개념을 적용하면 불편하다. 그러나 차이뺄셈 개념을 적용하면 57-29의 차이나 58-30의 차이는 같기 때문에 57-29=58-30을 활용하여 57-29=58-30=28과 같이 계산하면 편리하다.

숫자가 좀더 큰 문제로서 3752-1998을 나머지뺄셈 개념으로 계산하려면 참으로 복잡하다. 그러나 3752-1998을 차이뺄셈 개념으로 계산하면 3752-1998=3754-2000=1754와 같이 아주 간단하다.

이와 같이 뺄셈 개념이 올바르게 형성되어 있으면 뺄셈 계산이 쉽고 간단하고 편리하고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학을 신나게 즐기면서 재미있게 계산할 것이다.

(4)대한민국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질문과 평가 문항의 예

다음과 같은 질문과 평가 문항들은 학생들에게 뺄셈 개념이 올바르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 인성을 기르며 논리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왜 5-2=3이라고 생각합니까?’
‘왜 45-19=26인지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시오.’
‘뺄셈 7-3=4에 알맞은 글을 써 보시오.’

2000년에 편찬한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수학교과서는 얼마나 훌륭한가?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열린 질문인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Why do you think so?)’가 있으며,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올바른 수학 개념을 형성하고 확인하고 다지기가 있는 교과서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수학교과서도 좋고, 교수님 강의도 좋지만 시험이 그렇게 나오지 않아요’라고 오히려 나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래서 저는 2000년부터 학부모들이 참관하는 중에 삐에로 옷을 입고 교수가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대한민국 수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렇지만 학부모들은 항상 시험이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저는 연구소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얻은 자료들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미국수학교사협의회(NCTM)에서 발표를 하기고 하였고, 학부모들의 후원으로 교육용 도서로 만들기도 하였고, 제가 만든 교육용 도서는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어 미국에 출판사를 설립하여 영어로도 출판하였으며, NCTM에서 제가 만든 교육용 수학 도서를 전시하기도 하였으며, 미국 Boston College의 수학교육 전공인 Dr. Lillie R. Albert 교수는 가치가 있다고 추천서를 도서에 써 주기도 하였다.

저는 대한민국에 올바른 수학교육을 전파하기 위하여 심지어 삐에로 수학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전파하려고까지 노력을 하였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던 이유는 항상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시험이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학생들의 수학 포기가 고2에서 점차로 중2, 초6, 초4로 내려오더니 심지어 초등학교 2학년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이 계속 수학을 포기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수학교육이 계속 망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한민국의 잘못된 교육 평가 시스템이다. 지금부터 16년 전인 2001년부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수학을 제대로 강의를 할 수 없어 우열반을 편성하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수학교육이 입시 위주의 수학교육으로서 참으로 잘못되었다는 증거이며 통계이다.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도올 김용옥 교수님을 비롯하여 유명한 인문학 강사들까지도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입시를 위한 수학교육이 아닌 본질적으로 올바른 수학교육을 강조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수학교육은 건너오지 못할 강을 이미 건너버린 것 같다. 입시를 위한 수학교육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 방법은 무엇인가?

2000년대 여러 언론의 PD들 또는 작가들과 인터뷰를 한 후에 ‘나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을 암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암흑을 없애기 위하여 1년 52주 동안 TV 토론을 하면 될까요? 1000만명 서명운동을 하면 될까요? 잠실운동장에서 궐기대회를 하면 될까요?’라고 질문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면 모두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그때, 나는 ‘대한민국의 수학교육 정상화를 위하여 작은 등불이 되어 모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때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고 하였다.

감히 말한다. 교육부는 당장 수능시험에서 수학 과목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 수학교육 실패의 원흉은 분명 수능 시험이다. 올바른 수학 개념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빠른 문제 풀이, 복잡하게 꼬아서 실수만을 유도하는 전혀 쓸데없는 시험 문제로 학생과 학부모를 힘들게만 만들고 있는 수능의 수학 시험은 대국민적 적폐일 뿐이다. 당장 수능시험 수학 과목의 적폐를 청산해 주시길 바라며, 모든 국민들이 이를 위해서 나서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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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쓸데없는 문제풀이 수학교육에서 학생들과 부모들을 해방시켜 주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망가뜨리고 학교 교육을 붕괴시켰던 선행학습으로부터 학교 교육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자녀들의 수학 포기를 대학 포기로 간주하고, 심지어 인생 포기로까지 유추하며 수학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부모들을 수학포기에서 구해 주어야 한다.

본인은 이 시점으로부터 수능 시험에서 수학 과목을 폐지하기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수능 시험에서 수학 과목이 빠졌다고 해서 모든 학문에서 필요한 수학교육을 학교 교육에서 빼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삶에서 음악과 미술, 체육이 중요하지만 수능 과목에서 빠졌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에서 음악교육, 미술교육, 체육교육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입시라는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음악교육, 미술교육, 체육교육이 잘되고 있다. 수능 시험 과목에서 빠진 음악, 미술, 체육 분야에서 대가들이 배출되었듯이 수학 과목도 수능 시험에서 빠지면 오히려 수학대가들이 탄생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

수학 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왜 교육하여야 하는 이유도 모르면서 어렵게 수능에서 출제하면서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고통을 주는 대신에 바람직한 수학교육을 대한민국에서 실시하자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방정식의 해가 무엇인지?’, ‘왜 방정식의 해를 구하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렇다면 방정식의 해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구할 것인지?’ 등과 같은 것들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렵게 출제하는 수능은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 당국이여, 이제는 상대평가로 할 것인가 절대평가로 할 것인가와 같은 본질에서 벗어난 정책들로 학부모, 학생, 교사들을 현혹시키고 힘들게 하지 말 것이며, 교육의 근본인 ‘교육 내용’을 ‘왜 교육하여야 하는가?’를 아는 교육 철학의 정립에 매진하기 바란다.

제발 진심으로 바라 노니 이제는 ‘학교 교실로 돌아가라’. 즉 교육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자성해 보길 바라는 바이다.

◇배종수 경기교육자치포럼 상임 대표 교육 경력

1969.3~1975.2: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 역임
1976.3~1988.2: 대학, 대학원 과정 졸업
1983.4~1984.3: 대전공업전문대학 교수 역임
1984.3~2013.8: 서울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역임
2013.11~현재: 서울교육대학교 명예교수
1994: 미국 (주립)아이오아대학교 교환교수 역임
2004: 미국 (주립)일리노이대학교 교환교수 역임
제5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편찬 책임교수
제6차 초등학교 수학교육과정 개발 책임교수
제6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편찬 책임교수
제7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편찬위원장
제7차 교육과정 중학교 수학교과서 편찬 대표 저자
2007 교육과정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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